“그때는 알지 못했다. 나도 누나도 그 당시엔 살아남는 것 외에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철혈 폭동’이라는 명칭 또한 몇 달에 걸쳐 S09 지역에서 빠져나간 뒤에야 알게 되었고, 그 명칭에 아연실색함을 느꼈다. 나와 누나가 겪었던 건 폭동 따위로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생존이었지. 나 홀로 살아남은 것이 아니었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 명이...
“그날의 모든 일은 갑작스러웠다. 거짓말처럼. 12년 만에 이 땅에 붕괴액이 기폭하고, 그 폭발과 함께 그 사람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폰 & 크루거의 쓰잘데기 없는 인형들이 철수하고, 넝마가 되어 온 UMP45나 HK416 따위가 조금도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서로에게 재잘대는 동안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
“당신 같은 사람이 직접 올지는 몰랐는데.” “어이쿠, 이런 일이니까 직접 오는 거지. 나야말로 몰랐다네. 우리 IOP 제조회사의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하려든 사람이 이렇게 어린 꼬마아이일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거든.” 노인은 너털웃음을 지었고, 소년은 조금도 웃지 못했다. 반항기 어린 눈길을 받으며 하벨은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그래, 인상 깊어. 그러니 이...
달리던 발걸음이 잦아들었다. 차츰차츰 느려지다 이내 그친 걸음을 뒤따르던 발자국은, 속절없이 내리는 비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비수가 쏟아져 내린다 한들 이토록 아프진 않았을 것이다. 빗줄기에 맞는 것이 아프다 하면 보통 과장이겠지만, 지금만큼은 아니었다. 결코. 시체의 상태는 온전했다. 붕괴액의 영향을 직접 받고도 인간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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